애플의 혁신 – iPhone OS 4

iPhone OS 4

Multitasking, Folders, Unified inbox, iBooks, Enterprise, Game Center, iAd.

‘겨우 이걸 신기술이라고 발표한 거야? 멀티태스킹은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만 안 되는 거고, 폴더도 니들만 없던 거고, 오죽하면 통합이 메일을 Top7에 포함시켰냐. iBooks는 자기들 책 팔아먹으려고 만든 게 뻔하고, 엔터프라이즈기능은 니들이 안 해도 아이폰을 사용할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당연히 하지 않겠어? 게임센터는 기존의 서비스를 죽일 테고, 콰트로를 인수했다더니 결국 광고기능을 넣는구먼.’이라고 쓰려고 했다. 스티브잡스가 대단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일반적인 것들로 미디어의 대서특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아이폰의 열렬한 지지자인동시에 사용자이지만, 솔직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티브잡스가 소개하는 iPhone OS 4의 대표적인 7가지 기술에 대한 수많은 기사와 글들을 봤을 땐, 정말인지 저렇게 쓰려고 했다. 진정하고, 키노트 동영상을 보기를 잘했다. 안 그랬으면 난 바보 될 뻔했다.

다른 건 제쳐두고, 세 가지에 놀랐다.

멀티태스킹이 어떻게 배터리킬러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건 관심 없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면, 그것도 쬐끔 대단하긴 하다. 개발자에게 이에 대한 API를 제공한다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내 아버지의 경우라면, 멀티태스킹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다. 윈도폰을 사용하시는, 나이에 비해서 매우 기술 친화적인, 작은아버지는 윈도폰의 인터페이스를 전혀 이해하시지 못하시는 듯 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노력은 하시지만 이해가 안 된다고 해야겠다. 수십 년 젊은 나도 모르는 판에 오죽하겠나. 삼성이 만든 거지 같은 UI가 없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수도 있었겠다. 과거에 내가 사용하던 WM6.1을 OS로 사용하던 스마트폰에서는 현재 어떤 프로그램이 실행 중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설정으로 들어가서 메모리를 확인하면 어떤 프로그램이 돌고 있는지 찾을 수는 있다. 아니면 배터리소모를 감수하고 서드파티앱을 설치하면 PC용 윈도 비슷하게 구현되긴 했다. MS는 이런걸 누구나 알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말이지, 스티브잡스는, 혹은 애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던 듯싶다. 아이폰의 몇 안 되는 버튼인 홈버튼을 더블클릭(이것도 나이가 있는 분들에겐 어려울 수 있지만, 버튼을 하나 늘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하면 실행중인 프로그램이 보인다. 현재화면을 가리지도 않는다. 이건 윈도모바일 세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MS라면 새로운 창을 띄웠지 않았을까. 아니면 좀 더 복잡한 방법을 골랐을 것이다. 물론, 이것도 현재의 것을 버린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하지만. 어쨌든, 이런 식의 멀티태스킹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언제 실행시켰는지도 모르는 앱을 발견하는 일은 없어지고, 또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복잡한 과정도 없어졌다.

여러 개의 앱을 폴더에 넣어둔다는 개념은 너무 당연해서 그걸 새로운 기능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우습지만, 잡스가 보여준 대로라면, 이건 새로운 기능이 맞다. 자꾸 WM이랑 비교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조차 애플은 더 단순하게 만들었다. WM에서 폴더란 것은, 그리고 모든 PC환경의 폴더는 별도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빈 폴더가 존재할 수 있다. 곱씹어보면, 빈 폴더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iPhone OS 4의 폴더기능에는 빈 폴더가 없다. 죽이는 발상이다. 서로 다른 앱의 아이콘을 합치면 자동으로 폴더가 만들어진다. 게다가 폴더이름은 앱의 카테고리를 참조해서 자동으로 기본값이 정해진다. 폴더를 펼치면? 기존의 화면에 폴더의 내용이 보인다. 지금까지 폴더를 클릭하면 그 내용이 그 창에서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연히 기존의 화면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WM6.1에서는 그랬다. ‘화면이 작아서’라고 이해했지만, 아이폰에서는 그렇지 않다. 작은 화면은 여전해도, 폴더의 내용은 팝업으로 펼쳐진다. 폴더의 앱이 많으면? 그래서 9개로 최대개수를 제한하는 듯 하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콘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기존의 화면을 가리는 것 보단 훨씬 낫다. 더 이상 뒤로 가기 위한 버튼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깐.

애드몹을 이용하여 앱에 광고를 게재하면 클릭당 0.01불을 준단다. 10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근데 이걸 누가 클릭하지. – -; 누구도 광고로부터 방해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TV에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면 누가 광고를 보겠는가. PC에서라면, 어쩌다 광고를 클릭하기도 한다. 화면이 넓으니깐, 팝업이 튀어나와도 그 정도를 참아줄 아량은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 느려질게 뻔하고, 더욱이 튀어나온 브라우저를 꺼야 한다. 당연히 난 한번도 아이폰에서 광고를 클릭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잡스가 시연한 iAd형식의 광고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여전히 광고를 클릭하려고 하진 않겠지만, 실수로라도 클릭하는 것에 대한 짜증은 훨씬 덜할게 분명하다. 광고에 방해 받고 싶지 않다는 말에는 광고로 내가 사용하던 앱의 실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데, 간단히 ‘X’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끝난다면? TV광고보다는 훨씬 좋다. 최소한, 클릭에 대한 부담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정말 관심이 있는 건 클릭할 것 같다. 게다가 광고료의 60%를 개발자에게 준단다. 분명, 구글보다는 100배쯤 너그러운 조치다. 구글이 뭔가 바구지 않는다면, 앱개발자는 더 이상 애드몹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또 모르겠지만.

키노트 초반, 잡스가 iPad의 성과를 소개하기 전에 보여준 USA Today의 Ed Baig라는 사람의 iPad리뷰는 다음과 같다.

“The iPad is not so much about what you can do – browse, do e-mail, play games, read eboks and more – but how you can do it. That’s where Apple is rewriting the rulebook for mainstream computing.”

잡스횽이 how를 힘주어 말했다. 그럴 만 했다. 애플의 디바이스에 구현된 기능은 대단치 않지만, 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UI는 분명 ‘혁신적’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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