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 On Rails & 생각

짧은 시간 이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웹 프로젝트를 끝냈다. 나에게 ‘끝냈다’는 남들이 사용할 수 있을만한 결과물을 내 놓았다는 의미이다. 이를 기념 삼아 간단히 소회를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웹 프로그래밍을 해본 것이라고는 한 십 년쯤 전에 PHP로 뭔가 간단히 끄적여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Ruby를 접하고 내친김에 Ruby On Rails(이하 RoR)도 시작했지만, 태생이 태생인지라 웹서버와 브라우저간의 통신이라는 다소 미묘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서버프로그래머인 나에게 있어서, 웹 프로그래밍 – 나의 경우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RoR이 되겠다 – 에서 사용하는 서버와 클라이언트간의 정보전달방법은, 그 추상화의 정도가 너무 심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RoR에 관한 책을…, 그러니깐 다섯 권을 샀다. 물론, Ruby에 관한 책은 별도고. 세 번째 책쯤에서 느낌이 왔고, 네 번째 책에서 감을 잡았다. 그래서 다섯 번째 책은 아직 그냥 있다. 언젠간 읽겠지. 꽤 빨리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게임데이터를 엑셀로 관리하고 있었다. 같은 실수가 몇 번이고 반복되고 있었고, 기획자는 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내가 RoR을 꺼냈다.

어느 게임회사나, 시간이 넉넉한 곳은 없다. 따라서 게임개발에 사용되는 툴은 그 중요도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래밍지식이 없는 기획자나 그래픽담당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막노동인줄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하며, 설사 이를 프로그래머가 알게 되었다 하더라고 전담자가 배치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툴이 나오지 않는다. 어지간한 규모가 아니라면, 툴을 전담하는 개발팀을 두는 회사는 거의 없다. 결국, 툴 개발은 게임프로그래머에게 추가작업을 요구하게 된다.

게임데이터를 다루는 툴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이 DB와 연결되고 데이터 검증과정이 들어가고, 또 사용자 인증 및 히스토리기능까지 넣으려 한다면, 이를 독립된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드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모될 것은 뻔한 일이다. 더구나 원활한 편집을 위한 UI는 게임프로그래머가 구현하기엔 결코 간단한 기능이 아니다.

나는 조인을 사용하는 쿼리문을 제대로 작성할 줄 못하고, 서로 다른 DBMS의 특성도 잘 모른다. Ajax는 거의 들어만 본 수준이다. HTML은 기본적인 것만 알고, 당연히 웹 표준은 딴 세상 이야기다. 프로젝트 시작전이나 지금이나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RoR이 멋진 것은, 이런 상태에서도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는 것이 많을수록 더 괜찮은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in-house툴로는 충분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후에, 테스트 삼아 만들어본 또 다른 프로젝트는, 반나절 만에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서버의 덤프파일이 생기면 이를 모아서 관리하고 그 통계를 보여주는 웹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웹으로 구현하지 않으면, 파일전송을 위해서 FTP를 사용하든가 아예 이를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또 이를 정보화하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 개발자가 덤프분석을 위해 이를 다운받는 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게임프로그래머는 웹 프로그래밍에 대해 알지 못한다. 게다가 웹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술적 하대는 게임프로그래머로 하여금 웹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을 점점 더 멀게 한다. 안타까운 점은, 동일한 목적에 대해서, 어플리케이션개발보다 웹 개발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RoR처럼 생산성이 높은 웹 프레임워크를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 일을 사내의 웹팀에게 넘기지 않고 직접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도 바쁘거니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 중에서는 게임프로그래머가 그 게임과 만들 툴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팀이 각 팀에 특화된 툴을 만들어 줄 수 있을 리도 요원하다.

나의 경우는 Ruby가 마음에 들어서 RoR을 사용한 것이지만, 어떤 언어든, 어떤 프레임워크든, 어떤 방식이든, 빨리, 그리고 사용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내놓는 것이 최고 아니겠나.

마지막으로, 그 툴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짝 덧붙인다. 툴만 완성되면 실수가 없을 것처럼 이야기하던 기획자는 아직 그 툴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요청한지 몇 주가 지나도록 툴 설정에 관련된 자료는 오지 않고 있으며,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스크립트에 관련된 각종 자료를 정리해주는 것보다, 실수를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차라리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툴이 사용되지 못해도, 이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것들로 충분히 행복하다. 애당초, 거기에 더 큰 비중이 있었다. 다만, 계속 부지런 떠는 그들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