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직.

마지막으로 포스팅했던 날짜가 2010년 12월 7일이네요. 그때라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이직을 준비하던때 입니다. 나름 만족하며 다니던 회사였는데, 막상 옮기려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군요. 왜 제가 회사를 갈아타려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월급이 밀린다거나, 회사의 정치적인 문제라거나, 혹은 회사가 망해버렸거나, 그것도 아니면 잘렸거나…, 이런건 이유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전 한번도 월급을 늦게 받아본 적이 없었고, 회사가 망했던 경우도 없었고, 사내정치나 대인관계로 고민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선 분명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조금 덧붙이자면, 제 여건에 맞춰서 나름 회사를 잘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고요.

2010년 12월 7일 당시의 회사는 두 번째 회사였습니다. 첫 번째 회사는 2년 동안 다녔고, 당시의 퇴직 사유는 절반 이상이 ‘세계여행’때문이었죠. 나머지 중 상당수는 출근길에 본 눈부신 햇살 때문이었고요.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때의 햇살이, 오랜 시간 꿈꿔왔던 ‘세계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던 거죠.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회사를 그만 두었고, 세 달을 쉬고 떠나려 했는데, 채 세 달을 채우진 못했습니다. 세 달 동안 논다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제 생각엔, 한 한 두 달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에서 장기 근속자에게 한 달의 특별 휴가를 주는 건 직원을 붙잡아둘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그리고 정말 여행을 떠났습니다. 2년 간 일을 했으니 어느 정도는 돈이 있었고, 따라서 굳이 돈에 스트레스 받으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됐죠. 또, 1년을 예상했으니 시간 때문에 서두를 필요도 없었고요. 근데, 그도 6개월 여 만에 그만 두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든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끝내죠.

한국에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은 매일 면접을 봤는데, 그 중 한 회사에 입사하기로 했지만, 이후에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먼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저의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죠. 그렇게 두 번째 회사에서 거의 4년을 일했습니다.

환경, (대부분의)사람들, 보수. 이 모두에 대해서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처음 2년은 상당히 만족스럽게 느꼈고, 그래서 타 회사의 제의도 고민 없이 거절해 버렸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팀장이 바뀐 이후부터 아쉬움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선, 팀 내의 사소한 일들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었고요, 팀원들의 업무 성과에 대해서 신경 쓰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죠. 또 하나 결정적인 건, 그런 아쉬움이나 불만들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팀원은 팀원들끼리 불만을 이야기하고, 팀장은 팀장 나름의 불만을 이야기하는 형국이었던 겁니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흐르니, 팀원이 어떤 문제를 발견했을 때도, 굳이 고치려 하지 않게 되더군요. 혼자 해결 할 수 있는 일이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회사 업무라는 게 부서간, 또 사람간에, 얽히고 설킨 관계인 지라, 어디 그게 쉽습니까. 이렇게 되니, 팀이 스스로 발전하는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 말은요…, 팀원이 팀의 구성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없애버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그냥 회사가 되어버린 거고, 팀은 그냥 팀이 되어버린 겁니다. 조직을 위해서 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죠.
일이 재밌으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소리 없이 사라지는 상당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 또 동기부여가 부족한 일이 얼마나 쉽게 중단되는 지를 증명합니다.

돈을 많이 주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연봉을 두 배로 준다고 하면, 군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그러나, 이 많다는 기준이 천차만별인데다, 계속 변하는 지라, 돈으로만 사람을 붙잡으려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겠죠.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좋은 술친구를 의미하는 것 말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사람이 좋으면 일이 재미없을 리 없을 테죠. 그렇다면, 돈이 다소 모자라도 좀 더 견딜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는 이것이 쉽습니다. 친구 간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 처럼요. 최소한 같이 고민해 줄 수는 있죠. 그러나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자리가 높아질 수록, 이런 생각을 점점 잊더군요. 그래서 이런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전, 지금까지 한 번 봤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첫 번째 팀장이요. 팀원을 위해 상사나 다른 부서와 싸워줄 수 있는 탐장은 많지 않습니다. 근데, 그 팀장은 싸우더군요. 싸운다기 보다는, 할 말을 하는 거죠. 누가 봐도 옳은 생각을요.

이쯤 해서 정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2011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제가 회사를 옮기려고 했던 이유는,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5-6개월 동안 몇 군데에 이력서를 넣었고, 지금 일하는 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회사에서는 제 고민이 해결됐는지 궁금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을 포스트 하나 없이 그냥 넘길 수 없어서, 원래 쓰려 던 주제는 이게 아니었는데, 괜스레 개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아 버렸습니다. 새해에도, 프로그래밍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이 계속 프로그래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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